혹시 지금 이 글을 Microsoft Internet Explorer로 보고 있지 않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Microsoft Windows 계열의 운영체제를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별로 불편한 것을 못 느끼니 다른 브라우저를 깔아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라우저마다 HTML을 해석해서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에 차이가 나고, 브라우저의 화면에 보여지는 레이아웃 등을 결정하는 CSS를 해석하는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표준이 중요한 이유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이, 어떤 한 가지에 대한 구현물이 여러가지가 있을 경우, 이것들의 결과물, 즉 눈에 보이는 것이 크게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 "표준"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기기들을 별 어려움 없이 연결시킬 수 있는 것도 "표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TV를 볼 때 어떤 제품으로 보던 아무런 문제없이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표준"이 있고, 각 제품들이 그 표준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TV들이 이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각 제품마다 다른 설정을 해줘야 할 것이며, 방송국에서는 이것 때문에 지금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본과 시간을 자기들이 만드는 화면이 모든 TV 화면에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각 TV 제조사들은 우리가 이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아도 어떤 제품으로 보든 동일한 TV 화면을 볼 수 있게 "표준"을 잘 따르고 있다.

표준은 있으나, 그 표준이 지켜지지 않는 브라우저

하지만, 브라우저에서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인터넷이 보편화되었고, 또 브라우저는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 중 많은 시간 동안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브라우저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우리가 해당 서버에 원하는 페이지를 보고자 할 때 그 페이지를 서버에서 받아다가 거기에 있는 CSS와 HTML 등을 해석해서 그 내용을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브라우저가 만약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석을 한다면? 어떤 특정 브라우저가 국제적인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자사만의 표준을 만들어서 그것을 기준으로 해석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가정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이 많이 사용하는 Microsoft Internet Explorer가 그렇다. IE는 국제 표준보다는 자사의 방침에 따라 국제 표준에도 없는 CSS 문법을 만들어냈고, 또 국제 표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 중 일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Internet Explorer 7에서는 상당히 많이 좋아졌고, Internet Explorer 8에서는 표준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Internet Explorer 8이 출시되고 나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그 동안의 문제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Microsoft Windows와 Internet Explorer에 종속적인 국내 인터넷 환경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내의 경우 아직도 90%가 넘는 사용자가 Internet Explorer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추세에 따라 많은 웹사이트들이 Internet Explorer를 기준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Microsoft Windows 기반의 IE에서만 동작하는 ActiveX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어떤 플랫폼에서든 동작하는 Javascript 대신 JScript 라는 것을 만들어 IE에서만 동작하는 스크립트를 사용한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웹의 많은 부분이 MS의 기술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종속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알 것이다.

IE가 Web Browser의 전부인 것으로 여기시는 분들은, 아니 Web Browser하면 Internet Explorer를 떠올리시는 분들은 몇몇 홈페이지들이 Internet Explorer 전용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홈페이지들, 그리고 국가의 주요 기관 홈페이지들, 이런 사이트들 대부분이 암호화와 기타 기능들을 구현하기 위해 Microsoft ActiveX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Microsoft Windows 기반의 Internet Explorer가 아니면 동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Microsoft Windows와 Internet Explorer를 쓰지 않는 사람은 인터넷 뱅킹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즉, 이들은 특정 회사의 기술만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가.

물론 이건 그런 웹 사이트를 만드는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90%가 넘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Internet Explorer를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켜주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소수의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다수가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개발자들, 아니 개발을 담당한 업체의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이익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부메랑 효과에 의해 다시 사용자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당연히 Microsoft Windows와 Internet Explorer를 써야하고, 다른 OS나 Web Browser를 선택할 기회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종속되면, 선택의 자유가 없어지고 그들의 횡포에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브라우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HTML 문서들

지금 현실은 똑같은 HTML 페이지를 다른 브라우저로 보게 되면 서로 다른 화면이 나온다. 만약 모든 브라우저들이 표준만 잘 따른다면 어떤 브라우저로 보든 심하게 일그러진 화면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웹 개발자들 또한 여러 브라우저들을 고려해가며 머리 싸매야하는 고통이 없어질 것이다.

요즘은 대형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서 많은 사이트들이 웹 표준을 준수하며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개발자들도 조금이나마 편해졌고, 사용자들도 IE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제대로 된 문서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며,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외치지만, 이건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ActiveX로 도배해놓은 은행과 관공서 홈페이지를 보며 이게 어떻게 인터넷 강국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다양한 브라우저들

오늘 한번 다른 브라우저를 설치해보시는 건 어떨까? Internet Explorer 외에도 매력적인 브라우저들이 많이 있다. IE에 비해 가볍고, 빠르며, 보안에 강하고, 사용자 설정 기능이 강력하고, 다양한 외부 기능들을 지원하는 브라우저들이 있다.


이러한 브라우저의 사용자들이 늘고, 이런 사용자들이 꾸준히 요구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ActiveX를 깔지 않고도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Internet Explorer를 쓰지 않고도 연말 정산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Any Browser

"특정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웹 문서 제공(Best Viewed With Any Browser)"이라는 취지의 캠페인이 있다.

정말 이건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다. Internet Explorer으로만 접속 가능한 사이트라는 게 어디 말이 되는가? 모든 사용자들이 IE를 사용해야 하는가?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던 서비스 받을 권리는 있다.